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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론

11. 화폐의 역사

by 주선비 202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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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라는 말에서 바로 지폐나 주화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인류 역사에서 이것들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비교적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주화의 경우에도 고작 몇천 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을 뿐이며, 지폐는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처음에 교환의 매개물로 시용하기 시작한 것은 쌀, 밀, 베, 소금, 가축 등의 상품이었다. 이를 상품화폐(commodity money)라고 부르는데, 이들을 화폐로 시용하는 데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 뒤따랐다.


경제생활의 진화와 더불어 쌀이나 베 같은 상품화폐를 대신해 등장한 것이 바로 금, 은, 구리 등의 금속화폐다. 무게로 달아 쓸 수 있는 금속은 다른 물건보다 화폐로 기능하기에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 급속히 상품화폐를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을 주화의 형태로 만들면 운반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위조가 어려우며 변질되지도 않기 때문에 한동안 널리 쓰이게 되었다. 영국의 화폐 단위인 파운드(pound)의 어원이 무게 단위라는 사실은 바로 이와 같은 화폐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그렇지만 금속화폐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데 금속화폐는 그 공급이 한정되어 실물경제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귀금속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광산을 개발해야만 했는데, 이에 상당한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는 애로점이 있었다.



또한 금화에서 조금씩 금을 긁어내 이득을 취하는 사람까지 등장하면서 시중에는 조악한 주화만이 유통되는 결과가 빚어지게 되었다. 금속화폐에 불편을 느낀 사람들은 18세기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지폐를 시용하기 시작했다. 지폐는 주화의 여러 가지 장점을 그대로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낮아 공급량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었다. 지폐가 그 자체로 아무 가치가 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은 태환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태환성이란 요구만 있으면 지폐를 즉각 미리 예치된 금과 은으로 바꾸어 준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성격을 갖는 지폐를 태환지폐라고 부른다.


일반적 지불수단으로서 태환지폐의 위치가 공고해지면서 실제로 태환을 요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졌다. 이에 따라 금이나 은으로 교환해 준다는 약속이 딸리지 않은 불환지폐가 등장하게 되었다.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한 불환지폐가 화폐로 사용 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이것의 가치를 보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정부가 법적으로 그 가치를 보증한다는 뜻에서 법화(legal tender)라고 부른다.


결국 법화는 모든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믿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사회적 약속의 산물인 것이다. 근래에 오면서 금융제도가 점차 발전함에 따라 법화뿐 아니라 수표도 교환의 매개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신용카드가 등장해 법화나 수표를 대신한 편리한 지불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 화폐라는 것까지 등장해 실제로 거래에 사용되고 있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현재도 지갑 대신 스마트폰으로 점차 그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 통화량 측정

화폐의 기능을 하는 것이 점차 다양해짐에 따라 이제는 어떤 것까지 화폐의 범주안에 포함시켜야 할지 망설여야 할 정도가 되었다. 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혀 주화와 지폐만을 화폐라고 정의할 수도 있는 한편, 이보다 범위를 넓혀 각종 예금까지 포함한 것으로 화폐를 정의할 수도 있다.

어떤 것까지 화폐의 범주 안에 포함시켜야 하는 지는 화폐의 양, 즉 통화량 조절을 주요한 수단으로 삼는 통화정책의 측면에서도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다. 혀냊 한국은행은 현금통화 이외에 협의의 통화, 광의의 통화, 금융기관유동성, 광의유동성의 네가지 통화지표를 설정해 놓고 이 중 하나에 의해 통화량을 측정하고 있다.

1) 협의의 통화 : 현금통화에 당좌예금, 보통예금 같은 은행의 각종 요구불예금, 은행의 MMDA(Money Market Demand Account)나 투신사 MMF(Money Market Fund) 같은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2) 광의의 통화 : 협의의 통화에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 같은 은행의 각종 저축성예금, 양도성 예금증서(CD)나 환매채(RP) 같은 시장형 금융상품, 그리고 수익증권과 금전신탁 같은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3) 금융기관 유동성 : 광의의 통화에 상업어음 매출, 표지어음 매출 등과 같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금융자산

4) 광의유동성 : 금융기관 유동성에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과 같은 비금융기관이 발행한 금융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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