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이론과 거시경제이론
어떤 숲을 보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먼 데서 숲 전체를 조망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속에 들어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씩 세밀하게 관찰하는 방법이다. 그 숲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써야 한다. 한 나라의 국민경제를 커다란 숲에 비유한다면, 국민경제를 보는 관점에도 역시 두 가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국민 경제의 전반적 움직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국민경제의 미세한 부문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다.
경제학의 연구는 이 두 가지 관점 중 어떤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미시경제이론과 거시경제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시경제이론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개별 경제주체의 선택과 개별 시장의 움직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개별적인 상품과 생산요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결정되며, 이것들의 가격과 거래량이 어떤 수준에서 결정되는지가 주요한 관심사가 된다. 이에 비해 거시경제이론은 경제 전반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총생산량, 총고용량, 물가수준, 국제수지 등 경제 전반에 관한 지표가 주요한 논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경제이론은 단지 보는 각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 먼 데서도 보고 가까운 데서도 보아야 숲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처럼, 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두 이론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시경제이론과 거시경제이론이 서로 분리된 것처럼 다루는 경향이 많았다. 근래에 들어오면서 양자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음이 강조되어 하나를 잘 알아야만 다른 것도 잘 알 수 있다는 인식이 싹트게 되었다.
실증경제이론과 규범경제이론
예를 들어 청년실업이 문제가 된다고 할 때,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접근방식 중 하나에 의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다. 하나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한다는 데 중점을 두어 청년실업 문제가 어떤 이유에서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경제에 어떤 영향이 오는지를 밝혀내는 데 분석의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책 중 어떤 것이 더욱 바람직한지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분석과정에서 이 두 접근방식 중 어느 것을 채택하고 있느냐에 따라 경제이론을 실증경제이론과 규범경제이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실증경제이론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분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실증경제이론의 관심사가 아니다. 가치판단을 개입시키지 않고 현실 그 자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실증경제이론의 특성이다. 반면에 규범경제이론은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따지는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한다. 그렇기 때문에 규범경제이론의 영역에서는 가치판단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실증경제이론이 현실 그 자체를 중시한다면, 규범경제이론은 당위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가 앞으로 배우게 될 경제이론들은 거의 모두가 실증경제이론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이다. 규범경제이론에 속하는 문제들이 간혹 등장하겠지만 그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이와 같은 기본 구도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려는 목적에 비추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이것은 현실의 경제학 연구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경제학자로서 현실의 경제가 어떻게 움직여 나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실증경제이론의 문제에 우선적으로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학 연구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실증경제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아가 경제가 어떻게 움직여 나가는지를 알고 있어야만 규범경제이론의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실증경제이론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실의 경제 현상을 해석하는 것이나 정책을 처방하는 일을 둘러싸고 경제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물가가 계속 올라가는 것을 보고 어떤 경제학자는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푼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는 반면, 다른 경제학자는 임금 상승에 의한 압력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현실을 다르게 해석할 때 처방도 다르게 나오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하도 분분하다 보니 듣는 사람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 할지 어리둥절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견해차는 지식의 불완전성 때문일 수도 있고, 가치판단의 차에 애써 나올 수도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서로 잘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저마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고집해 의견의 일치를 보기 힘들다. 설사 경제의 움직임에 대해 완전한 한 지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가치판단의 차이 때문에 의견의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 지식의 불완전성 때문에 생긴 견해차는 이론의 발전에 따라 점차 해소될 수 있지만, 가치판단의 차이에 의한 견해차인 경우에는 문제가 다르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가치판단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가치판단의 차이에 의한 견해차는 쉽게 좁혀질 수 없다.
'경제 이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금융시장 (0) | 2022.06.15 |
---|---|
5. 경제학적 사고의 기초(2) (0) | 2022.06.15 |
4. 경제학적 사고의 기초(1) (0) | 2022.06.14 |
2. 이론의 검증 (0) | 2022.06.14 |
1.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0) | 2022.06.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