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자료를 관찰하면 한 변수와 다른 변수 사이에 어떤 체계적인 관계가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두 변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인지 몰라도 그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변수들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들이 반드시 인과관계로 맺어져 있으리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인과관계란 한 변수에 생긴 변화가 다른 변수의 변화를 유발하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뜻한다. 두 변수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 해서 그것이 반드시 원인과 결과의 관계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두 변수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아무런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에어컨이 많이 팔리는 철에는 청량음료도 많이 팔리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에어컨 판매량과 청량음료 판매량 사이에는 거의 완벽한 상관관계가 존재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에어컨이 많이 팔리기 때문에 청량음료가 더 많이 팔리거나, 혹은 청량음료가 더 많이 팔리니까 에어컨이 더 많이 팔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는 이 둘 사이에 단순한 상관관계만 존재할 뿐 인과관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경제분석은 여러 변수 사이에 조냊하는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일을 중요한 목표로 삼는다. 통계자료를 검토한 결과 어떤 변수들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자료의 조심스러운 분석과 이론적 추론을 통해 이 변수들 사이에 어떤 의미 있는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바로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새로운 경제이론이 태어나는 것이다.
1) 상관관계 : 두 변수 사이에 성격은 분명하지 않아도 어떤 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
2) 인과관계 : 한 변수에 생긴 변화가 다른 변수의 변화를 유발하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
#코카콜라 지수
콜라를 많이 마실수록 더 부유해진다고?
콜라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부유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부유하고 자유로운 나라의 국민이 콜라를 많이 마시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다.
1997년 12월 20일 자 The Economist 지에서 아주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나와 있었다. 이 기사는 구체적인 통계자료와 함께 콜라 소비가 많은 나라의 국민이 상대적으로 더 부유할 뿐 아니라 더 좋은 삶의 질을 누리는 경향이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콜라 소비가 많은 나라의 국민이 더 많은 정치적 자유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자세한 통계자료가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그 신빙성은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The Economist 지는 각 나라 환율이 그 나라 화폐의 구매력과 어떤 관련을 갖는지 살펴보기 위해 매년 빅맥지수라는 것을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빅맥지수란 똑같은 빅맥 햄버거가 각 나라에서 어떤 가격으로 팔리는지를 봄으로써 환율과 구매력 사이의 관계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지표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콜라를 많이 마실수록 더 건강하고,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부유해지는 것은 물론, 더 많은 정치적 자유까지 누릴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통계 자료가 잘못된 것일까? 이 기사에 인용된 통계자료는 UN, Freedom House 등 권위가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잘못되어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 문제의 핵심은 통계자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것의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데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코카콜라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삶의 질이 더 높아지고 정치적 자유도 더 커졌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삶의 질이 높고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운 나라의 국민이 콜라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콜라 소비량과 삶의 질 혹은 정치적 자유 사이에는 단순한 상관관계만 존재할 뿐이다. 이것을 인과관계로 잘못 해석하면 조금 전에 본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게 된다. 어떤 개발도상국의 지도자가 국민을 모아놓고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도 콜라를 많이 마셔야 한다고 연설하는 광경을 상상해봐라. 물론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 중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와 비슷한 우를 범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이렇게 하더라."라는 말을 유독 즐겨 쓰는 사람이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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